가벼운 아이

 


  저녁 여덟 시 즈음부터 두 아이 재우려고 눕히는데 잘락 말락 하면서 안 잔다. 자장노래를 부르니, 외려 아이들이 자꾸 새로 노래를 부르며 두 시간이 훌쩍 지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래서야 아이들 재울 수 없어 서로 다른 방으로 흩어진다. 두 아이는 어머니 있는 방으로 달라붙어 이불을 뒤집어쓰다가 작은아이는 이내 곯아떨어지고 큰아이는 다시 아버지한테 와서 머뭇거린다. “졸립지? 졸리면 어서 자야지. 왜 안 자고 그러니. 아침에 즐겁게 일어나서 새로 놀아야지.” 큰아이는 마루에 서서 안 들어간다. 그래, 안아서 눕혀 달라는 뜻이로구나. 안아서 자리에 눕힌다. 이불깃 여민다. 어머니 곁에 달라붙어 곯아떨어진 작은아이를 안아서 잠자리로 옮긴다. 얘들아, 이렇게 쉬 곯아떨어질 녀석들이 안 잔다며 이렇게 한참 엉겨붙니. 두 아이 모두 잠자리에 눕혀 이불깃 여미니 10초만에 코를 곤다.


  여섯 살 세 살이라는 나이를 문득 생각한다. 큰아이는 어느새 이십 킬로그램 몸무게가 되는데, 두 아이 더해도 사십 킬로그램이 되지 않아, 두 아이를 한꺼번에 들 수 있다. 한 아이씩 안으면 참 가볍다. 가벼운 아이들은 언제나 가볍게 날고, 가볍게 뛰며, 가볍게 노래한다. 가볍게 웃고, 가볍게 숟가락질하며, 가볍게 조잘조잘 떠든다. 가벼운 마음과 몸으로 두 손에 아무것도 안 쥐면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숨결이 아이들이라고 할까. 어른들은 무거운 마음과 몸으로 두 손에 이것저것 꽉 움켜쥐면서 하늘을 못 날고 꿈을 잃거나 잊는 넋이라고 할까. 이 아이들은 가방을 메려면 멀었다. 이 아이들은 가방을 안 메도 된다. 이 아이들은 가슴에 책이나 가방 아닌 다른 빛을 담을 때에 아름답다.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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