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무엇을 바라보는 사진인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잘 담지는 않는다. 골목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골목동네 모습을 사진으로 알뜰히 담지는 않는다. 지리산 곁이나 한라산 둘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지리산이나 한라산 모습을 사진으로 아름답게 담지는 않는다.


  파란기와 얹은 집에서 산대서 파란기와집 이야기를 사진으로 슬기롭게 담아서 들려주지는 못한다. 사건 현장을 찾아간 신문기자이기에 사건 현장을 글이나 사진으로 더 제대로 알려주지는 못한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서 아이 모습과 삶을 사진이나 글로 더 아기자기하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마음이 없을 적에는 아예 사진기부터 손에 안 쥔다. 사랑이 없을 적에는 처음부터 연필을 손에 안 쥔다.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사진기를 쥘 수 있고, 사랑이 있어야 천천히 연필을 손에 쥘 만하다.


  사진은 사진기라는 기계를 빌어 이야기를 담을 때에 이루어지는데, 사진기를 쓰더라도 사진기 다루는 마음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사진빛을 얻지 못한다. 글은 연필이나 붓이나 펜이나 타자기나 컴퓨터로 쓰지만, 어느 것을 다룬다 하더라도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 없다면 아무런 글빛을 영글지 못한다.


  무엇을 바라보는 사진인가. 마음을 바라보는 사진이다. 무엇을 담아내는 사진인가. 사랑을 담아내는 사진이다. 무엇을 느끼도록 이끄는 사진인가. 삶을 느끼도록 이끄는 사진이다. 무엇을 나누는 사진인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이다.


  마음을 기울여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해야 사진기를 손에 쥘 만하다. 이렇게 마음을 기울여 서로 이웃이 되거나 동무가 되거나 한식구 이루고 나서, 찬찬히 샘솟는 사랑을 가다듬어 손가락으로 살며시 단추를 누르면, 바야흐로 사진이 하나둘 태어난다. 사진찍기는 손가락질이 아니다. 사진은 사진기만 있어서는 찍지 못한다. 사진으로 이루는 빛은 삶에서 일구는 아름다운 사랑이다. 4346.12.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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