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과 《마녀배달부 키키》 여섯 권

 


  글이웃 ㅅ님이 내 생일에 책을 하나 선물해 주고 싶다 말씀하셔서, 무슨 선물이느냐며 쑥스러워 못 받겠다 하고 생각하다가, 노순택 님 사진책 이야기를 쓰려고 이모저모 살피다가, 며칠 앞서 노순택 님 새책이 하나 나온 줄 알아챈다. 그런데 책값이 2만 원 넘네. 다른 이한테 선물하는 책이라면 2만 원 아닌 5만 원 넘는 책도 아무렇지 않게 사서 선물하지만, 막상 나한테 책을 선물해 주겠다는 분이 있으면, 2만 원이 넘어도 가슴이 벌렁벌렁 뛴다.


  하세가와 요시후미 님 그림책 이야기를 느낌글로 다 쓰고 나서, 이모저모 다른 그림책들 이야기를 살피다가 문득, 《마녀배달부 키키》가 따로 원작동화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어느 분 글에서 처음으로 읽는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일본에서 1984년에 첫 이야기가 나온 뒤 2009년까지 이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는 언제 어느 책 나왔는지 살펴보는데, 2011년에 여섯 권 한 묶음으로 나왔고, 요즈음 25% 에누리를 해서 5만 원에 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꾸러미는 5만 원이나 하네. 이 또한 만만하지 않구나. 그림책 아닌 글책인데 판짜임을 가볍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나저나, 만화영화로 나온 〈마녀배달부 키키〉를 아이들과 함께 여러 차례 보면서 어딘가 못마땅하다고 느꼈는데, 원작동화 줄거리를 이럭저럭 살피면서, 내가 왜 만화영화를 못마땅하다고 느꼈는가를 깨닫는다. 원작동화에서 ‘마녀배달부 키키’를 어떤 사람 어떤 빛 어떤 사랑 어떤 꿈으로 그렸는가 하는 알맹이를 만화영화에서는 쏙 빼놓았기 때문이다. 기나긴 이야기 가운데 한 가지만 추려 보여주는 만화영화라 할 테니, 원작동화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와 줄거리를 모두 담을 수는 없다. 또한, 원작동화 작가 아닌 만화영화 제작자로서는 ‘원작에 나온 삶’을 ‘모두 다 받아들이거나 좋아해야 할 까닭’이 없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원작동화에 나오는 ‘키키’는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기만 하기보다는 두 다리로 천천히 걸어서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품는다.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기만 하면 ‘이웃이나 동무를 사귀지 못한다’고 깨닫는다. 두 다리로 천천히 거닐 적에 비로소 이웃이나 동무를 사귀며 새롭게 눈을 뜬다고 깨닫는다. 만화영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뿐더러,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야기’만 처음부터 끝까지 흐른다.


  글만 잘 쓴다거나 사진만 잘 찍는다거나 노래만 잘 부른다거나 하면 무슨 재미일까 하고 생각한다. 사랑스러워야지. 아름다워야지. 빛나고 착하며 즐거워야지. 원작동화 《마녀배달부 키키》에서는 키키가 어른이 되어 쌍둥이를 낳는다고 하는데, 어린이 키키가 어른 키키가 되는 이야기를 곧 찾아서 읽어야겠다. 4346.1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책읽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12-08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8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