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고무신

 


  시골집 떠나 서울과 인천으로 마실을 나오면서 고무신을 꿴다. 털신으로 바꿀까 하다가 그냥 고무신을 꿴다. 양말을 신을까 말까 하다가 신는다. 아침해 아직 안 뜬 어둑어둑한 새벽에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발이 좀 시리다. 군내버스는 읍내에 닿고, 서울로 달리는 첫 시외버스를 오십 분 즈음 기다린다. 발이 꽤 시리다. 한참 기다린 끝에 서울 가는 첫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지나니 발가락이 녹는다.


  서울에 닿아 지하철을 탄다. 버스를 갈아탄다. 딱딱한 아스팔트길 걷는다. 발바닥이 이럭저럭 아프다. 발뒤꿈치며 발가락이며 뻑적지근하다.


  시골도 요새는 온통 시멘트길에 아스팔트길이지만, 조금만 걸어가면 흙땅과 풀밭을 밟을 만하다. 도시에서는 흙이나 풀로 이루어진 땅바닥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고무신을 꿰고 도시로 마실을 다니기란 발을 괴롭히는 일 될까. 도시사람은 굽이 높거나 바닥 두꺼운 신을 꿸밖에 없겠다고 느낀다. 도시사람은 굽 높거나 바닥 두꺼운 신을 자주 장만해야 하고, 여럿 건사해야 하는구나 싶다. 시골에서는 고무신 한 켤레면 넉넉하지만, 도시에서는 참 다르구나 싶다.


  형네 집에서 잠을 자면서 문득 생각한다. 나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데, 아주 시골사람처럼 말을 하네. 그래, 시골에 집을 마련해서 시골살이 하니까 시골사람이지, 그러니 이렇게 시골스런 이야기를 하지. 4346.1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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