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막는 글쓰기

 


  고흥 떠난 시외버스가 세 시간쯤 달려 비로소 충청도 신나게 달릴 무렵, 살며시 눈을 감고 걸상에 폭 기댄다. 버스 엔진과 바퀴 소리 새삼스레 시끄럽다고 느낀다. 귀를 막아 볼까. 손ㄱ사락 하나씩 두 귀를 막는다. 어라, 꽤 조용하네. 귀에 꽂는 솜 있으면 챙겨야겠구나. 그런데, 이런 버스를 하루 내내 몰아야 하는 일꾼은 어떨까. 이녁들은 늘 온몸이 덜덜 떨리며 이 시끄러운 소리 먹어야 하는데. 스스로 소리와 떨림을 느끼지 못할 만큼 무디어지려나. 버스를 몰거나 자가용이나 택시나 짐차를 모는 동안, 책을 읽지도 못하겠지만 글을 못 쓰겠구나.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라디오를 듣거나 텔레비전을 볼밖에 없겠구나.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기 어렵고, 싱싱 달리는 차에서 다른 데에 눈길을 두지 못하겠구나. 가을빛이 창밖으로 흐드러져도, 눈송이가 펄펄 날려도, 봄비가 촉촉히 내려도, 여름숲 푸르게 우거져도, 자동차를 모는 이들뿐 아니라 자동차를 함께 타는 이들은 둘레 삶빛에 눈을 뜨거나 귀를 열 수 없구나. 4346.1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