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
강영의 글.사진 / 북하우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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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50

 


좋아하는 대로 찍는다
― 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
 강영의 글·사진
 북하우스 펴냄, 2005.3.7.

 


  《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북하우스,2005)라는 책을 읽습니다. 책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이 책은 여행책 아닌 사진책입니다. 여행하는 즐거움보다는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책 첫머리를 보면 “더 좋은 차를 타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 행복한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나의 경우 내 소유의 집이나 차가 없더라도 혹은 그런 것들을 가지기 위해서 몇 년간 유예기간을 갖게 되더라도 긴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면 행복한 삶을 사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11쪽).” 하는 이야기가 흘러요. 자가용과 아파트보다는 여행이 한결 즐겁다고 말해요. 사람마다 삶이 다르니, 누군가는 자가용으로 가고, 누군가는 아파트로 갈 테지요. 누군가는 자전거로 갈 테며, 누군가는 도시 아닌 시골 논밭으로 갑니다. 그리고, 강영의 님은 여행으로 가면서, 사진책 하나 내놓습니다.


  처음 여행길에 나선 강영의 님은 “어딜 가든 폼 나는 카메라 가방을 들고 다니는 내 모습은 스스로도 좀 멋져 보인다. 그리고 나에게 ‘나는 언제나 카메라와 함께’라는 자기 위안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원하는 순간에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다(25쪽).” 하고 말합니다. 딱히 사진을 배운 적이 없으니, 사진기를 가방에 집어넣을 뿐, 어깨에 걸치거나 손에 쥐는 매무새를 못 익혔을 수 있어요. 사진기를 파는 가게에서 손님더러 ‘손님,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기는 가방에 넣지 말고 들고 다니셔요. 사진가방은 없어도 돼요.’ 하고 말하는 일 없어요. 사진기 파는 가게에서는 사진가방 나란히 팔려고 할 테지요. 사진기 처음 장만하는 분들은 으레 이런 말 저런 말에 휩쓸려 사진가방이며 세발이며 여러 가지를 나란히 장만할 테고요.


  사진을 찍든 책을 읽든 똑같습니다. 한꺼번에 백 권 천 권 장만해서 책을 읽을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한 권씩 차근차근 장만해서 읽으며 스스로 책눈을 넓힐 적에 더 즐겁고 오래 읽기 마련이에요. 사진장비 또한 맨 처음에는 가볍게 사진기 하나와 렌즈 하나부터 해서, 차근차근 이것저것 쓸모와 쓰임새에 맞게 갖출 때에 한결 즐겁습니다. 돈이 넉넉해 책을 십만 권 한꺼번에 장만한다 하더라도 이 책들 언제 다 읽겠어요. 돈이 많아 값진 사진장비 한꺼번에 마련한다 하더라도 이 장비를 알뜰히 쓰기는 어려워요.


  사진을 찍는다고 할 적에는 수백 장이나 수만 장을 찍을 생각이 아닙니다. 저마다 마음에 남는 사진을 찍고 싶으니 사진기를 장만합니다. 남이 찍은 사진을 구경할 적에도 즐겁지만, 스스로 사진을 찍어 스스로 아름다운 빛을 누리고 싶어요. 이리하여, “때로 한 장의 사진이 내 상상력을 자극한다(75쪽).”와 같은 이야기처럼, 다문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높은 멧봉우리를 오르내리기도 하고, 먼 바다로 나가기도 하며, 밤을 꼴딱 지새우기도 합니다. 다문 사진 한 장 찍으려고 한 해를 기다려 가을빛 무르익은 들판에 서기도 해요. 다문 사진 한 장 찍고 싶어 한국에서 무척 멀리 떨어진 나라로 신나게 찾아가기도 하지요.

 

 


  즐겁게 찍으려는 사진이니, “셔터를 누르고 후회한 적은 거의 없지만, 누르지 못했기 때문에 후회한 적은 많다(81쪽).”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내놓을 작품으로 찍는 사진이 아니에요. 삶을 즐기려고 찍는 사진이에요. 남한테 자랑하려고 찍는 사진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곱게 밝히려고 찍는 사진입니다.


  그러면,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요.


  사진길은 하나입니다. 저마다 좋아하는 대로 찍으면 돼요. 저마다 사랑하는 대로 찍으면 돼요. 저마다 즐거운 대로 찍으면 돼요. 강영의 님은 “나는 브라질이 참 좋다. 왜냐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113쪽).” 하고 말합니다. 이 말마따나 강영의 님이 브라질에서 찍은 사진은 보기에 좋습니다. 강영의 님 스스로 브라질을 ‘좋다’고 여기니, 브라질에서 찍은 사진은 보기에 ‘좋’아요.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만나 사진을 찍으니 ‘마음에 들’ 만한 사진이 태어납니다.


  사진길은 삶길입니다. 삶을 즐길 때에 사진을 즐깁니다. 삶을 즐기지 못하면 사진을 즐기지 못해요. 웃음이 묻어나는 삶에서는 웃음이 묻어나는 사진을 빚어요. 웃음이 없는 삶에서는 웃음이 없는 사진만 낳아요.


  좋아하는 길대로 삶을 일굴 때에 좋아요. 좋아하는 길대로 삶을 가꿀 때에 사진 또한 좋아하는 빛이 곱게 스며들어 좋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4346.1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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