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3.11.29.
 : 동백꽃 보려다가 안장 빠져

 


- 늦가을 흐드러지는 숲빛과 들빛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 날이 퍽 쌀쌀하지만, 아이들 데리고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한겨울에도 자전거를 타는데 늦가을쯤이야 뭐. 서재도서관에 갖다 둘 책이 한 짐 있기에, 먼저 혼자서 도서관에 짐을 갖다 놓는다. 이동안 아이들더러 양말 신고 두꺼운 겉옷 입으며 장갑 끼라고 얘기한다. 부리나케 도서관에 다녀오니, 아이들은 대청마루에서 콩콩 뛰면서 아버지를 기다린다. “자전거 어디 있어요?” “자전거는 저 앞에 있어.” “그래요?” 대문을 닫을 즈음 아이들은 저 아래에 둔 자전거를 알아보고는 “야, 자전거다!” 하면서 달려 내려간다. 큰아이가 자전거를 붙들어 준다. 작은아이를 수레에 태운다. 조금만 달려도 작은아이는 잠들 낌새로구나. 옷을 단단히 여미고 모자를 씌운다.

 

- 어제 혼자 우체국 다녀오는 길에 본 면소재지 서오치마을 동백꽃 있는 데로 간다. 빗돌 세운 둘레에 동백나무 여러 그루 있는데, 무척 일찍, 늦가을부터 꽃송이를 터뜨린다. 드문드문 한 송이씩 피기에 눈여겨보지 않으면 쉬 지나치곤 한다. 자전거를 멈추고 큰아이하고 가까이에서 꽃을 바라보고 꽃내음을 맡으며 꽃잎을 살살 쓰다듬는다.

 

- 면소재지 가게에서 쌀을 산다. 천천히 가을바람과 가을구름과 가을숲 바라보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자전거를 달리며 오늘 따라 ‘샛자전거가 많이 흔들린다’고 느낀다. 왜 그럴까. 큰아이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놀지는 않는데, 왜 이렇게 흔들리는 느낌일까. 동호덕마을 지나 오르막 끝나고 내리막이 될 즈음, 어어 뭔가 스르르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안장이 톡 빠지려 한다. 자전거를 살살 세워 논도랑 앞에서 겨우 멈춘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살짝 놀란다. 오르막 자리에서 천천히 달렸기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수레에 앉아 잠든 아이는 실눈조차 안 뜨고 잘 잔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하고 살피니, 내 안장대에 붙인 샛자전거 조임쇠가 아래로 자꾸 내려가면서 안장대가 위로 뽑히도록 했구나 싶다. 샛자전거를 안장대에 조일 적에 살짝 느슨하게 풀어야겠다고 느낀다. 너무 단단히 조이니 샛자전거 붙인 자전거로 왼구비나 오른구비 돌 적에 아주 천천히 조금씩 안장대를 끌어올리면서 이렇게 자전거가 흔들리는 느낌이 되었고, 이내 안장대가 스르르 뽑히고 마는구나 싶다.

 

- 읍내 자전거집에서 가장 긴 안장대를 장만해서 붙였지만, 이 안장대로는 안 되겠구나 싶기도 하다. 서울이나 큰도시 자전거집에서 더 긴 안장대를 장만해야겠다. 그러나, 안장대 못지않게 내가 타는 자전거는 내 몸크기에 안 맞는 작은 치수이다. 나는 16인치나 17인치 크기 자전거를 타야 하는데, 이 자전거는 15인치 크기이다. 아이들과 느긋하게 잘 다니려면 앞으로는 16인치나 17인치 자전거를 새로 장만해야겠다고 느낀다.

 

- 안장대를 다시 꽂고 집으로 달린다. 더 천천히 달린다. 집에 닿을 무렵 안장대가 또 빠지려 한다. 가만히 살피니, 안장대 조임쇠도 많이 닳고 느슨해진 듯하다. 안장대 조임쇠도 바꾸어야 할까. 샛자전거와 수레를 안장대에 붙이고 다니다 보니, 안장대뿐 아니라 안장대 조임쇠도 무척 버거운가 보다. 얼른 두 가지를 새로 갖추어야 아이들과 겨울자전거 누리겠구나. 안장조임쇠는 한 벌 더 장만해서 수레에 늘 챙겨야겠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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