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83] 나무

 


  민들레 뜯고 미나리 뜯다가,
  유채잎 뜯고 고들빼기잎 뜯다가,
  잎사귀란 얼마나 푸른가 하고 생각한다.

 


  붉나무한테서는 어떤 열매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열매나 꽃이 어떠하든 붉나무는 가을날 짙붉게 타오르는 잎사귀만으로도 참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단풍나무는 이른봄에 꽃이 피고 지면서 곧 열매인 씨앗을 떨구는데, 가을까지 푸르게 맑은 잎사귀로 잇다가 새빨갛게 물들며 마음을 곱게 적십니다. 이 잎빛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스레 느껴요. 풀잎은 잎사귀를 뜯어서 먹는 동안 문득문득 이 잎빛이 참으로 고마우며 곱다고 느껴요. 나무란 무엇이고 풀이란 무엇일까요. 나무는 사람한테 어떤 넋이고, 풀은 사람한테 어떤 빛일까요. 사람한테 열매가 되어야 하는 나무가 아니고, 사람한테 꽃이 되어야 하는 풀이 아닙니다. 나무는 나무로서 아름답고, 풀은 풀대로 사랑스럽습니다. 4346.1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