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책
가을꽃책은 보름을 넘기지 않는다. 가을꽃책은 열흘 사이에 스러진다. 가을꽃책은 이레쯤 눈부시다. 가을꽃책은 활짝 피어나다가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진다. 가을꽃책은 한 해에 꼭 한 차례 찾아온다. 봄꽃은 늦여름이나 가을에 다시 피어나기도 하지만, 가을꽃책은 언제나 한 해에 꼭 한 차례 슬그머니 찾아와서 살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언제나 들에서 지내며 바라보면 들빛은 차츰차츰 무르익어 들내음 마시는 이들 모두한테 들노래를 베푼다. 늘 숲에서 살아가며 마주하면 숲빛은 시나브로 무르익어 숲내음 마시는 이들 모두한테 숲노래를 나누어 준다.
씨앗 품은 꽃송이가 보여주는 꽃빛과는 사뭇 다른, 꽃송이가 알뜰히 익도록 햇볕을 머금은 잎사귀가 붉고 누렇게 물드는 가을빛이란 가을책이다. 가을꽃책이다. 4346.1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