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80] 곁님

 


  몇 해 동안 ‘옆지기’라는 말을 썼습니다. 요즈음 들어 이 말 ‘옆지기’를 우리 살붙이한테는 쓰기 어렵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수수하고 투박하다 느껴 즐겁게 썼는데, ‘옆’이라는 낱말이 어떤 뜻인지를 살핀다면 한집 살붙이한테는 이 낱말을 안 쓸 때가 나으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옆’은 나를 한복판에 두고 왼쪽이나 오른쪽 가운데 하나를 가리킬 뿐이에요. ‘옆’과 말뜻이 같은 ‘곁’이라는 낱말이 있어요. 둘은 말뜻은 같아요. 다만 쓰임새가 달라요. ‘옆’은 자리를 가리키는 데에서만 쓰지만, ‘곁’은 내가 가까이에서 돌보거나 아끼는 사람을 가리키는 데에서도 써요. 다시 말하자면, ‘옆지기 = 이웃·동무”입니다. ‘곁지기 = 한솥밥 먹는 살붙이’입니다. 한솥밥을 먹어도 살붙이 아닐 수 있는데, 살붙이 아니면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라면 이러한 사람도 ‘곁지기’가 될 테지요.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면, ‘곁’뿐 아니라 ‘옆’이라는 낱말에도 새로운 느낌과 쓰임새 담을 만해요. ‘곁님’ 못지않게 ‘옆님’이라 쓸 수 있어요. 그런데, 말느낌을 섣불리 넓히면, 길을 가다가 문득 마주친 낯선 사람을 따사롭게 마주할 이름이 없어요. ‘옆님·옆지기’는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웃과 동무를 가리킬 이름이 되고, 보금자리 가꾸어 함께 살아가는 살붙이는 ‘곁님·곁지기’가 되어야 알맞겠다고 느낍니다.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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