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 작은 곰자리 5
신자와 도시히코 지음, 오시마 다에코 그림,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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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17

 


너랑 나는 지구별 어깨동무
―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
 오시마 다에코 그림
 신자와 도시히코 글
 한영 옮김
 책읽는곰 펴냄, 2008.8.13.

 


  지난날에 아주 흔한 새가 종달새였어요. 도시 사회가 되고, 시골에 농약을 엄청나게 뿌려대는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진 새인데, 내 어릴 적 국민학교에서 수다쟁이한테 ‘종달새’란 이름을 붙이기도 했어요. 노래를 아주 잘 부른다 싶으면 ‘꾀꼬리’라 했고, 제법 잘 부른다 할 적에는 ‘종달새’라 하기도 했어요. 종달새는 수다쟁이라 할 만하면서도 노래가 제법 고운 새라 할 수 있어요.


  이원수 님 동시로 〈종달새〉가 있습니다. “종달새 종달새 너 어디서 우느냐 보오얀 봄 하늘에 봐도 봐도 없건만 비일비일 종종종 비일비일 종종종” 하고 첫머리를 열고, “종달새 종달새 네 동무는 많구나 누나 따라 십 리 길 가도 가도 네 소리 비일비일 종종종 비일비일 종종종” 하고 이어져요. 아이들로서 십 리 길이란 만만하지 않지만 씩씩하게 다니는 길이에요. 깊은 멧골에서 살아가는 아이는 오십 리 길도 다닌다고 했어요. 그나저나, 십 리 길을 가는데 가도 가도, 봐도 봐도 종달새 모습이요 종달새 노래라 했어요.


  싯말을 가슴에 담고는 눈을 감고 가만히 이 모습을 그려 봅니다. 가도 가도 종달새가 보이고, 어쩌면 종달새가 내 뒤에서 뾰로롱 따라오고, 가도 가도 종달새 노래가 숲에 그득하고, 이러한 마실길에서, 예전 시골마을 아이는 무엇을 느꼈을까요. 흐드러지는 종달새 노랫소리만 가득하고, 자동차 빵빵거리는 소리는 하나도 없었을 그무렵 그곳에서 아이는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 “흥! 미래 너 나빠! 뭐 괜찮아. 나는, 책꽂이에 있는 책이 다 내 친구니까.” ..  (5쪽)


  종달새 깃든 숲에는 종달새 동무가 많습니다. 종달새는 서로서로 모여 서로서로 노래합니다. 종달새 곁에는 찌르레기 있겠지요. 찌르레기 살아가는 숲에는 찌르레기 동무가 많습니다. 찌르레기는 서로서로 모여 서로서로 노래합니다.


  작은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닙니다. 한 번 날갯짓을 하면 온 숲을 쩌렁쩌렁 울릴 만합니다. 자그마한 새 한두 마리가 난대서 온 숲을 울리지 않지만, 자그마한 새라 하더라도 수백 마리가 무리를 지어 한꺼번에 날아오르면 숲을 쩌렁쩌렁 울릴 수 있습니다. 가을걷이 마친 빈들 한쪽 억새밭에서 옹기종기 모인 참새 수십 마리가 사람 발걸음에 화들짝 놀라 한꺼번에 파득파득 날갯짓을 할 적에도 소리가 꽤 커요.


  그래, 작은 새는 작은 새끼리 무리를 지어 동무하고 벗삼습니다. 작은 새는 작은 새끼리 서로 돕고 아끼면서 함께 살아갑니다. 가도 가도 동무요, 봐도 봐도 동무입니다. 어디에서나 동무이고, 언제나 동무예요.

 

 


.. “산이랑 미래는 친구. 미래랑 붕붕이는 친구. 그러니까 산이랑 붕붕이도 친구야. 나도 붕붕이랑 친구고, 그렇지?” ..  (14쪽)


  오시마 다에코 님이 그리고, 신자와 도시히코 님이 글을 쓴 그림책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책읽는곰,2008)을 읽으며 내 곁 동무를 곰곰이 떠올립니다. 사람한테는 사람이 동무라 할 텐데, 사람뿐 아니라 나무도 동무예요. 풀포기도 동무요 꽃송이도 동무입니다.


  엊저녁 마당을 밝히는 전등을 켰더니 처마 밑 제비집 둥지에 살짝 들어와 잠자던 딱새 두 마리가 깜짝 놀랐는지 파다닥 날갯짓을 해요. 아차, 맞구나, 너희가 이곳에 깃들어 봄까지 지낼 생각이었구나. 잘못했네. 다음에는 불 안 켤게. 집집마다 제비집 있고, 제비집은 여름이 끝나는 팔월 막바지에 한국을 떠나요. 올해에는 팔월 이십오일하고 팔월 이십칠일에 제비가 무리를 지어 떠나는 모습을 보았어요. 팔월 막바지는 낮에도 아직 한참 덥다 할 테지만, 해가 진 저녁과 밤에는 살짝 썰렁해요. 제비들은 이만큼 썰렁한 날에도 추위를 견디기 쉽지 않은 듯해요. 더 생각해 보면, 이무렵에는 제비들 좋아하는 먹이도 많이 줄 테지요.


  제비는 집을 아주 튼튼하게 잘 지어요. 미처 집을 짓지 못한 작은 새가 있다면, 아직 집을 짓지 않은 작은 새가 있으면, 가을과 겨울에 제비집을 빌려 살며시 얹혀 지낼 만해요. 제비는 이듬해 봄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서는 ‘뭐야? 낯선 새 냄새가 나네? 누가 왔다 갔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갸웃할는지 몰라요. 그래도, 제비와 딱새는 서로 동무예요. 딱새와 박새도 서로 동무예요. 박새와 참새도, 참새와 콩새도, 콩새와 종달새도, 모두모두 사랑스러운 동무입니다.


.. “어떡해. 난 그런 친구가 없나 봐.” 정글짐 위에서 고은이가 말했어요. “고은아, 넌 만날 정글짐 위에서 뭐 해?” “하늘이랑 이야기해.” “뭐야, 그러면 고은이는 하늘이랑 친구잖아.”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어요. “친구의 친구는 친구!” ..  (30쪽)


  새한테는 나무 한 그루가 사랑스러운 동무입니다. 나무한테는 새가 반가운 동무입니다. 나무한테는 하늘이 동무가 되고, 땅이 동무가 되어요. 빗물은 나무한테도 풀한테도 꽃한테도 동무입니다. 풀과 꽃은 벌레한테도 동무예요. 벌레는 들짐승한테도 동무이겠지요. 모두모두 동무입니다. 바다도, 들도, 숲도, 냇물도, 돌멩이도, 모래도, 흙도 서로서로 동무예요.


  이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무입니다. 이 지구별을 저마다 알뜰살뜰 가꾸며 보듬으면서 사랑을 속삭이는 동무입니다. 따사로운 눈빛을 나무며 맑게 웃어요. 너그러운 손길을 뻗어 어깨동무를 하며 뛰놉니다. 어른들은, 또 정치꾼은, 또 권력자는, 또 이런저런 재벌기업은, 서로 나라와 나라를 나눈다든지, 회사와 회사를 나눈다든지, 권력과 권력을 나눈다든지 합니다만, 아이들은 나라와 나라가 따로 없어요. 한국 아이와 일본 아이는 그저 동무입니다. 일본 아이와 베트남 아이는 그저 동무예요. 베트남 아이와 라오스 아이도, 라오스 아이와 부탄 아이도, 부탄 아이와 핀란드 아이도, 핀란드 아이와 폴란드 아이도, 서로 동무입니다.


  동무로 지내는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돼요. 동무로 서로 아끼던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겠지요. 아이였을 적에 서로 동무하던 사랑을 잘 건사하며 빙그레 웃음꽃 피울 줄 아는 어른이라면, 다른 어른들이 예전에 무시무시하게 만들어 놓은 모든 울타리를 걷어치구고, 온갖든 전쟁무기와 군대를 없애며, 갖가지 푸대접과 따돌림과 해코지 따위 싹 쓸어낼 수 있겠지요. 너와 내가 동무이니, 서로 아껴요. 너하고 내가 동무이니, 밥을 나누고 돈을 나무며 힘과 넋과 사랑과 꿈 모두 나눠요. 어깨동무하며 노래부르며 놀면 참말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럽습니다.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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