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핏기저귀 빨래

 


  새벽 다섯 시 반에 방바닥에 불을 넣는다. 아이들 이불깃을 여민다. 작은아이가 뒤척이기에 쉬 할래 하고 여러 차례 묻는다. 안아서 쉬를 누일까 하다가 달게 자는구나 싶어 그대로 둔다. 어제는 이러다가 바지에 쉬를 옴팡 누었지만,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잘 가리리라 믿는다. 방바닥에 불을 넣는 김에 새벽빨래를 할까 생각한다. 아이들 옷가지만 빨아야 한다면 아침이나 낮에 해도 되지만, 곁님 핏기저귀가 있으니, 따순 물로, 아니 뜨거운 물에 폭 담그면서 빨래하자고 생각한다.


  갓난쟁이 똥기저귀와 곁님 핏기저귀는 햇볕에 바짝바짝 말려야 누런 기운이나 붉은 기운이 빠진다. 아무리 잘 삶아도, 삶듯이 뜨거운 물에 폭폭 담그며 빨아도, 누런 기운이나 붉은 기운은 빠져나가지 않는다. 다른 빨래도 햇볕에 말릴 적에 가장 잘 마르고, 이불도 햇볕에 말려야 비로소 보송보송한데, 기저귀도 햇볕에 말려야 가장 보드라우며 포근한 기운이 감돈다.


  요 며칠 날이 좀 얼어붙어 빨래를 바깥으로 내놓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는 어떤 날씨가 될까. 햇볕이 알맞게 따스하다면, 핏기저귀 빨래를 마당에 살포시 내놓아 햇볕을 먹이고 싶다.


  뜨거운 물에 담그며 빨다 보니 손이 얼얼하다. 찬물에 빨래를 해도, 더운물에 빨래를 해도, 옷가지를 다 널고 나면 손이 내 손이 아닌 듯하다.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동백마을 빨래순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