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바라본다

 


  책을 바라본다. 골라들어 장만할 책일는지, 그냥 훑었다가 다시 꽂을 책일는지 모르나, 책을 바라본다. 내가 읽을 만한 책이 될는지, 그냥 얼추 살폈다가 내려놓을 책일는지 모르지만, 책을 바라본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에는 내 마음 사로잡는 책이 있다. 내 마음은 사로잡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 마음 사로잡는 책이 있다. 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일구어 태어난 책들은, 다 다른 사람들이 찬찬히 엮기에 태어날 수 있고, 다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즐기기에 책시렁에 놓인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삶을 누리며 이야기를 빚어 책을 쓴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손길로 이야기를 사랑하며 책을 엮는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눈빛 밝히며 이녁 마음으로 스며들 이야기를 찾아 책을 읽는다.


  책을 바라본다. 이제껏 살아온 발자국대로 책을 바라본다. 책을 마주한다. 오늘까지 살아온 사랑을 듬뿍 실어 책을 마주한다. 책을 품에 안는다. 바로 이곳에서 가슴 두근두근 설레도록 이끈 책 하나 품에 안는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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