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29. 하늘타리 붉은 잎잔치 2013.11.26.

 


  고샅길 쪽에 있는 우리 집 헛간 벽을 타고 하늘타리가 다닥다닥 뻗는데, 늦가을이 되니 이 잎사귀가 온통 붉게 물든다. 이웃 다른 집들은 벽이나 담에 넝쿨 뻗으면 보기 싫다며 모조리 걷어내시지만, 우리 집만큼은 그대로 둔다. 여름에는 푸르니 싱그럽고, 가을에는 짙붉게 물드니 그야말로 그림이 된다. 아이들과 자전거마실 가려고 자전거를 고샅길로 빼고 대문을 닫으려다가 한참 서서 이 가을빛을 바라본다. 잎빛과 하늘빛과 구름빛이 어쩜 이리 고울까. 고샅길이 옛날처럼 흙길이었으면, 길바닥 흙빛이 한결 곱게 얼크러졌겠지. 헛간이 시멘트벽 아닌 흙담이었으면 훨씬 어여쁜 무지개빛으로 해맑았을 테고.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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