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79] 얼음비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 우체국 다녀오는 길에 하늘에서 갑자기 얼음이 후두둑 쏟아집니다. 해가 밝게 비추다가 갑자기 매지구름 몰려들더니 쏟아지는 얼음입니다.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얼음입니다. 아이쿠 따갑네, 하면서 맞바람 실컷 쐬면서 얼음비 타타닥 얻어맞습니다. 섣달을 코앞에 두었으니 비라면 몹시 차가웠겠지요. 그나마 얼음비가 나은가 하고 생각하며 다리에 힘을 주고 발판을 구릅니다. 얼음비는 곧 그치고 해가 다시 나옵니다. 뒤죽박죽인 날씨로구나 하고 여기고는 더 힘을 내어 집에 닿습니다. 한숨을 돌립니다. 그나저나 하늘에서 떨어진 얼음은 얼음비일 테지요. 어릴 적에 어른들은 으레 ‘우박(雨雹)’이라고만 말했지 ‘얼음비’라 말한 분이 없습니다. 국어사전에는 ‘누리’라는 낱말이 있는데, 얼음이 되어 떨어지는 비를 막상 ‘누리’라 말한 어른은 못 보았습니다. 날씨를 알리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마을에서도, 그저 ‘우박’일 뿐입니다. 때로는 굵다란 얼음덩이가 떨어지고, 때때로 얼음구슬이 떨어집니다. 아이들 데리고 자전거마실 나왔다면, 아이들은 하늘에서 얼음이 떨어진다며 까르르 웃으며 놀았을까요.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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