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먹이 되고 만 책들

 


  시골에서는 책을 찍을 길이 없다. 인터넷으로 디지털파일을 보내어 소량인쇄 하는 곳에 주문을 넣는다. 서울에서 책을 만드는 일을 한다면 일이 한결 수월하고 빠르며 값까지 싸다. 게다가 인쇄가 제대로 되는지 제대로 안 되는지 살필 수 있다. 시골에서는 아무것도 살필 수 없고 한참 기다려야 한다.


  지난주에 주문한 책이 오늘 드디어 택배 상자로 시골집에 닿는다. 즐겁고 고마운 마음으로 상자를 연다. 척 보기에 겉그림 사진이 아주 잘 나왔다. 이 만하면 아주 좋지. 그런데 속을 펼치니 속에 깃든 사진이 몽땅 먹이 되었다. 시커멓게 찍혔다.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는 사진마저 있다.


  표지와 본문은 따로 찍으니, 표지가 잘 나오더라도 본문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그만 이렇게 먹이 되고 만다. 어찌해야 하는가. 잘못 인쇄한 책 때문에 수십만 원을 날려야 하는가. 서울에 있는 인쇄회사에 전화를 건다. 잘못 인쇄된 곳을 사진으로 찍어 웹하드에 올려 달라 한다. 사진으로 찍다가 아무래도 스캐너로 긁어야겠다 싶어 하나하나 긁는다. 원본사진을 곁들여 웹하드에 올린다. 다시 인쇄를 해 주고 안 해 주고를 떠나, 잘못 인쇄해서 먹으로 떡이 된 책을 내 곁에 두고 싶지 않다. 오늘 다시 우체국에 가기는 벅차고, 책상자가 무거운 만큼, 우체국택배를 부르든지 해서 내일 돌려보내려 한다. 기다리던 책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애먼 한 주가 흘러야 한다. 4346.11.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원본사진..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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