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삶을 밝히는 이야기
어떤 모습이든 다 좋다. 이야기를 담으면 어떻게 찍어도 다 좋다.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면 어떤 모습이든 다 재미없다.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면 사진이라는 이름을 못 쓴다. 글에서도 그림에서도 이와 같다. 이야기 없이 쓰는 글은 글이라 할 수 없다. 이야기 없이 그리는 그림은 그림이라 할 수 없다. 이야기 없이 부르는 노래를 노래라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야기 없는 노래란 마음이 없는 노래이다. 마음이 없이 소리만 지르는 노래는 사람들 가슴으로 파고들지 못한다. 마음이 없이 붓질만 하는 그림은 사람들 가슴으로 스며들지 못한다. 마음이 없이 꾸미는 글은 사람들 가슴으로 젖어들지 못한다. 마음이 없이 그럴듯하게 찍는 사진은 사람들 가슴으로 녹아들지 못한다.
이야기를 담는 사진이란 마음을 담는 사진이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에 맺는 아름다운 마음이 바로 이야기가 된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바로 마음이 된다. 이야기는 웃음일 수 있고 눈물일 수 있다. 기쁨과 슬픔이 갈마들 수 있다. 조용하거나 차분한 삶일 수 있고, 시끌벅적하거나 왁자지껄한 삶일 수 있다.
‘만듦사진’도 ‘스냅사진’도 다 좋다. 인물사진이건 다큐사진이건 상업사진이건 패션사진이건 다 좋다. 어느 갈래로 나눌 만하든 대수롭지 않다. 이야기를 담으면 모두 좋다. 이야기를 담지 않으면 어느 갈래에 든다 하더라도 하나도 안 좋다.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면, 이름난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안 좋다. 이야기를 못 담는다면, 다시 말하자면 마음이 없이 찍는 사진이라면, 평론가들이 추켜세운다든지 이런저런 상을 받거나 신문·방송에 널리 알려지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이야기 없는 사진이란 재미없으니까. 이야기 없는 사진이란, 마음도 꿈도 사랑도 삶도 아무것도 없어 빈털털이일 뿐이니까.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이녁 삶을 스스로 살찌우고 가꾸며 밝히는 아름다운 이웃과 살붙이와 동무하고 누리는 하루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기를 빈다. 4346.11.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