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맨발로 노는 아이

 


  아버지가 으레 맨발로 살기 때문인지 모르나, 아이들이 맨발로 놀기를 무척 즐긴다. 집에서뿐 아니라 마당에서도 들에서도 바다에서도 으레 맨발이 된다. 도서관에서도 골마루 바닥을 맨발로 달린다. 고흥으로 살림 옮긴 첫 해에 서재도서관 마룻바닥을 닦느라 몹시 바빴다. 큰아이는 으레 맨발로 달리고, 작은아이는 맨손과 맨발 되어 척척 기어다니니, 신나게 바닥 물걸레질을 하면서 아이들 손발이 덜 새까매지도록 애썼다.


  집에서도 마룻바닥이나 방바닥에 내려앉은 먼지를 닦느라 바쁘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은 어느새 맨발이 되어 마당에서 놀다가 그대로 집에 들어온다. 마루며 방에 흙먼지를 잔뜩 이끌고 들어온다. 쓸고 닦아도 뒤돌아보면 다시 흙먼지투성이 된다. ‘얘들아 너희 아버지 좀 살려 주라’ 하는 마음이랄까. 곰곰이 돌아보면, 내 어릴 적에 나는 참 개구쟁이처럼 놀았다. 온몸이 모래투성이 흙투성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바깥에서 흙모래 제대로 안 털고 들어왔다가 꾸중듣기 일쑤였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문 앞에 서서 흙모래 한참 털곤 하는데, 그래도 집안으로 흙모래를 잔뜩 데리고 들어온다. 우리 집 어린 아이들도 나중에 크고 더 커서 저희 아이를 낳을 무렵이 되어야 맨발로 놀든 어찌 놀든 온몸에 흙모래 잔뜩 붙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줄 느끼거나 깨닫겠지. 4346.11.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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