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아이와 그림빛 누리기

 


  아이와 한창 그림놀이를 하면서 사진을 틈틈이 찍는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사진을 찍어도 되지만, 그림 그리는 흐름을 사진으로 담는다. 하얀 종이에 하나둘 금을 긋고 빛을 입히며 무늬를 새기는 이야기가 즐겁다. 그림 그리는 모습을 곁에서 사진으로 담으면 ‘그림 하나 그릴 때마다 이야기 하나 태어난다’고 할 만하다.


  일부러 여러 빛깔을 써서 그림을 그린다. 때로는 한두 가지 빛깔로만 그림을 그린다. 여러 빛깔을 써서 그림을 그릴 적에는 여러 빛이 골고루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을 느낀다. 한두 빛깔로 그림을 그릴 적에는 한두 빛으로 짙기와 밝기를 달리하면서 태어나는 맑은 삶을 느낀다.


  그림을 다 그린 뒤 책상에 올려놓는다. 아이가 한참 바라본다. 나도 옆에서 한참 바라본다. 훌륭하거나 안 훌륭하거나 대수롭지 않다. 그저 스스로 즐겁게 그린 그림이라면 흐뭇하게 웃으면서 ‘내가 그린 그림인데 내가 이렇게 보기에 참 좋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즐거운 사랑을 담아 사진을 찍으면, 내 이름이 널리 떨친 대단한 작가이건 아니건 대수롭지 않다는 뜻이다. 스스로 즐거운 사랑으로 누린 즐거운 삶을 사진으로 담으면, 이 사진을 종이에 뽑아 벽에 붙이고는 언제나 기쁘게 웃으며 들여다볼 수 있다. 다른 사람 작품을 기쁘게 장만해서 붙인 뒤 바라보아도 즐겁고, 내 수수한 사랑 담은 사진을 언제나 들여다보아도 즐겁다. 삶빛을 누릴 줄 안다면, 사진빛에 사랑이 감돌고 꿈이 흐른다. 삶빛을 아낄 수 있으면, 사진빛에 이야기가 샘솟고 웃음이 터져나온다. 4346.11.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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