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피나무 새까만 씨앗

 


  초피나무 새빨간 열매가 터진다. 열매껍데기 살살 벌어지면서 속에 든 까만 씨앗이 드러난다. 초피씨앗이라 할 새까만 알은 아주 동글동글하다. 사람들은 초피나무 열매껍데기만 빻아서 가루로 쓰지만, 멧새와 들새는 새까만 씨앗을 겨우내 맛나게 먹는다. 새들이 먹고 남은 새까만 씨앗은 초피나무 둘레로 떨어져 이듬해 봄에 새싹을 틔운다. 새로 돋는 초피싹은 싸아하게 입안을 틔우는 봄나물 된다. 어린나무를 봄나물로 삼아 먹는 셈인데, 얼마나 보드레한지 모른다.


  푸른 잎사귀가 누렇게 물든다. 초피나무 잎사귀는 봄부터 가을까지 범나비 애벌레가 맛나게 갉아먹었다. 겨울에는 애벌레도 자고 나무도 쉬면서 긴긴 나날 고요히 흐르겠지. 긴긴 겨울이 지나고 푸릇푸릇 들판에 새빛 번지면, 초피나무에도 새 잎사귀 푸르디푸르게 하나둘 나면서 제비들 찾아오겠지. 4346.11.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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