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책

 


  한 해가 저물 무렵 올 한 해 빛낸 책을 가만히 돌아보곤 합니다. 신문사나 책방에서도 ‘올해 책’을 다루곤 하지만, 나는 나대로 내 ‘올해 책’을 찬찬히 짚어 봅니다. 아무래도 신문사나 책방에서는 많이 팔리거나 읽힌 책을 올 한 해 빛낸 책으로 여기는데, 내가 느끼는 내 ‘올해 책’이란 마음을 밝히거나 살찌운 아름다운 책입니다.


  마음으로 촉촉히 젖어든 아름다운 책 가운데에는 뭇사람 많이 사서 읽은 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살포시 안긴 어여쁜 책 가운데에는 신문소개 받은 적 없고 사람들이 거의 알아주지 않은 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읽거나 보았는지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느 영화를 천만 사람이 보았든 오백만 사람이 보았든 대단하지 않아요. 어느 책이 백만 권이나 십만 권이 팔렸든 대단하지 않아요. 내가 누리는 영화나 책은 잘 팔리거나 널리 알려진 영화나 책이 아닙니다. 삶을 밝힌 빛이 있어 마음밭에 사랑씨앗 뿌리도록 이끈 영화나 책일 때에 아름답습니다. 신문사나 책방에서 뽑은 ‘올해 책’에 이름이 오르지 않더라도 우리 마음에 곱게 스며들었으면 모두 아름다운 ‘올해 책’입니다.


  빛을 읽습니다. 삶을 읽습니다. 꿈을 읽습니다. 사랑을 읽습니다. 책을 사이에 놓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습니다. 싱그러운 밤별을 읽고, 아이들 노랫소리를 읽습니다. 밥 끓는 소리를 읽고, 까르르 웃고 떠드는 소리를 읽습니다. 올해에 나온 아름다운 책은 앞으로 오랫동안 내 이웃과 동무 마음을 조용히 건드리면서 눈빛과 마음빛 시나브로 밝혀 주리라 믿습니다. 4346.11.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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