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들어온 책

 


  모든 책은 마음으로 들어옵니다. 마음으로 들어오지 않은 책은 삶으로 들어오지 못한 책입니다. 마음으로 들어온 책일 때에 사랑씨앗 한 톨 두 톨 드리우면서 내 마음밭에서 사랑나무가 자라요. 사랑나무가 자랄 적에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사랑말 되고, 내 손으로 쓰는 글은 사랑글 되며, 내 목청으로 부르는 노래는 사랑노래 됩니다. 마음으로 들어온 책 하나 곱게 건사할 수 있다면, 밥을 지으며 사랑밥 나눕니다. 집을 돌보며 사랑집 가꿉니다. 옷을 기우며 사랑옷 입습니다. 일은 사랑일 되고, 놀이는 사랑놀이 될 테지요. 마실은 사랑마실이 될 테며, 이야기는 언제나 사랑이야기 되겠지요.


  책을 마음으로 담지 않는다면, 마음밭에 사랑씨앗 못 뿌립니다. 사랑씨앗 못 뿌렸으니 마음밭에서 사랑나무 자랄 수 없고, 다른 나무도 자랄 수 없어요.


  책을 읽는다고 한다면, 스스로 마음밭에 씨앗을 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책은 길이 아닙니다. 책은 나 스스로 내 삶길 열도록 북돋우는 길동무입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밭에 스스로 뿌릴 씨앗이 무엇인가 하고 알아차립니다. 책을 읽는 사이 내 삶길을 어떻게 다스릴 적에 아름다운가 하고 깯다습니다.


  마음으로 들어온 책을 차근차근 아끼고 사랑하면 그 책이 누구 손으로 돌아가든 아름답게 읽힐 수 있으리라 느껴요. 곧, 내가 읽은 책은 내 삶을 살찌우는 밑거름 되고, 내가 읽은 책으로 내 삶을 아름답게 다스리면, 이 삶에서 흐르는 빛이 둘레로 찬찬히 퍼져 이웃들이 저마다 이녁 삶을 아름답게 다스리도록 돕습니다.


  내가 읽은 아름다운 책을 이웃한테 건네주어도 됩니다. 헌책방이라는 곳 있어, 내가 읽은 책 가만히 내놓으면, 누군가 이 헌책방으로 찾아와서 내가 내놓은 책을 기쁘게 장만하겠지요. 또는, 내가 읽은 책에서 얻은 아름다운 빛으로 내 삶을 가꿀 수 있으면, 이 삶빛은 언제라도 둘레에 환하게 드리울 테니, 내 이웃과 동무는 내 빛을 나누어 받으면서 즐겁게 삶읽기를 누릴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들어온 책은 마음에서 빛나 따사로운 바람이 됩니다. 4346.11.1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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