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보라 네모 그림에 (2013.11.8.)
작은아이가 네모를 그려 주었다. 누나가 그리는 그림을 으레 보니, 누나가 요즈음 한창 그리는 ‘네모난 몸통 자동차 로봇’ 모양을 흉내내었으리라 느낀다. 다만, 작은아이는 여기까지만 그리고 다른 놀이에 눈길을 돌린다. 그림종이는 또 이대로 하나 사라지는가 하고 생각하다가, 작은아이 그림에 덧그림 해 볼까 생각한다. 네모마다 눈과 코와 입을 그린다. 큰아이가 눈과 입은 늘 웃는 얼굴 되도록 하라 말하기에 웃는 얼굴로 그린다. 가장 큰 네모에는 큰아이가 좋아하는 치마를 입힌다. 머리카락 부슬부슬 그려 넣고, 네모들한테 손발 붙인다. 치마네모한테는 한손에 도라에몽 만화책, 다른 한손에는 호미를 쥐어 준다. 꽃 한 송이씩 넣고, 무지개를 넣어 본다. 제비와 나비를 그린 뒤 바탕을 찬찬히 채운다. 작은아이는 무언가 하나씩 새로 그릴 때마다 곁에서 “오잉?” 하면서 웃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