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한테 밥을 떠서 먹이기
큰아이는 숟가락질과 젓가락질을 잘 한다. 작은아이도 큰아이 흉내를 내며 숟가락질과 젓가락질을 제법 잘 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밥자리에서 밥 한 술 뜨고는 슬그머니 일어나서 한참 뛰다가 다시 밥자리로 돌아와 밥 한 술 뜨고는 또 살그마니 일어나서 한참 뛰다가 밥자리로 돌아온다. 아이들은 워낙 이렇게 노니까 그대로 두자고 하면서도, 이러다가 밥때를 놓친다든지, 작은아이는 놀다가 제풀에 지쳐 곯아떨어지곤 하니, 작은아이를 불러 밥을 꼬박꼬박 먹인다. 작은아이한테 밥을 떠서 먹이다가 생각한다. 큰아이도 저한테 밥을 떠서 먹여 주기를 바라지 않을까? 그래서 큰아이한테도 밥을 떠서 내밀어 본다. “내가 할래.” 하면서 큰아이가 숟가락으로 밥을 뜨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서 먹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내미는 숟가락을 날름날름 잘 받아먹기도 한다.
아이들은 무엇을 먹을까. 그래, 밥을 먹지. 그러면, 어떤 밥을 먹을까. 사랑 담은 밥을 먹지. 그러니까, 찬찬히 사랑 담아 밥을 짓고, 느긋하게 함께 밥을 먹을 노릇이다. 그리고, 작은아이한테도 큰아이한테도 모두 똑같이 따순 눈빛으로 바라보는 너그러운 손길로 다가갈 노릇이다. 큰아이한테 나누어 주는 사랑은 작은아이한테도 나누어 줄 사랑이요, 작은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 또한 큰아이한테 물려줄 사랑이다. 4346.11.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