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방 책읽기
아이들을 시골집에서 옆지기와 지내도록 하고 혼자 바깥일 보러 돌아다닐 적에는 으레 피시방에 들러 글을 쓴다. 예전에는 피시방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태워, 십 분만 지나도 매캐하고 숨이 가빴는데, 요새는 피시방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기에, 한결 느긋하다. 그렇지만, 피시방에 오는 사람들은 스피커를 크게 틀어 게임을 하느라, 자꾸 이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어느 모로 보면 더 마음을 기울여 내 소리를 내가 듣고 내 말을 내가 되새기도록 애쓴다. 피시방에서 두어 시간쯤 바지런히 글을 쓰고 밖으로 나오면 후유 하고 한숨이 나오면서 머리가 핑 돈다. 너무 어지러운 곳에서 마음을 글쓰기로 모으느라 힘이 많이 드는 탓이다. 이리하여, 바깥일 보러 나올 적에는 피시방보다는 컴퓨터 있는 여관에 가려 한다. 적어도 여관에서는 나 홀로 조용히 글쓰기에 빠져들 수 있으니까.
그래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피시방이 무척 고맙다. 시끄럽고 담배내음 때문에 한동안 숨이 막히기는 했어도, 돈 몇 천 원으로 ‘마실길에 느낀 이야기와 마실하며 누린 삶’을 조곤조곤 글로 쓸 수 있어 참으로 고맙다. 4346.11.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