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뜯는 가을부추

 


  마당에 흐드러진 풀포기를 베고 뽑고 했다. 옆지기가 2/3쯤 했고, 남은 1/3을 내가 한다. 며칠 그대로 두면 바싹바싹 잘 마르리라. 올여름에 옮겨심은 어린 대추나무는 어느새 잎이 다 떨어졌다. 늦게 잎이 돋는 대추나무인데 잎이 질 적에도 참 빠르다. 그러고 보면, 대추나무에 잎 달리는 때는 아주 짧구나 싶다. 마당 한쪽 복숭아나무 둘레에 후박나무 가랑잎을 잔뜩 덮는다. 대추나무 둘레에도 후박나무 가랑잎을 솔솔 덮는다. 시들어 죽은 키 큰 고들빼기를 뽑거나 꺾는다. 이러다가, 꽃밭이자 텃밭 가장자리에 부추가 새로 돋아 잎사귀 길게 뺀 모습을 알아챈다.


  너희 언제부터 이렇게 자랐니? 몰랐구나. 너희 곁에는 봄부터 첫가을까지 즐겁게 잎사귀 내주던 부추가 꽃이랑 씨앗까지 다 마무리지었는데, 너희는 이제서야 잎을 내는구나. 아니, 가을이 되어 새롭게 돋았다고 해야 할까.


  곰곰이 헤아려 본다. 지난해에 부추씨 뿌린 곳이었나? 지난해에 부추씨 떨어져서 올가을에 이렇게 새로 잎사귀를 내놓을까? 다른 풀(나물)은 사람이 손으로 뿌리거나 심지 않아도 이곳저곳 흐드러지는데, 부추는 씨앗주머니를 뜯어 이곳저곳 휘휘 뿌려야 널리 퍼져 자란다. 부추는 씨앗으로 심으면 두 해 지나서야 비로소 먹을 만큼 자란다고 한다.


  아무튼, 참 반갑다. 가을풀을 어떻게 먹나 걱정했더니 너희가 이렇게 십일월 한복판에도 푸른 빛을 뽐내니 고맙게 먹을 수 있구나. 끼니마다 한 웅큼 뜯는다. 너희가 이 가을에 자라 주어,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옆지기도 가을내음 한껏 즐기는구나. 4346.11.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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