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라도 다 읽어치울 수 있는 열일곱 권짜리 만화책 《불새》를 거의 세 해에 걸쳐서 읽었다. 하루아침에 다 읽기에는 너무 아쉽기 때문이었는데, 세 해에 걸쳐 나 스스로 날마다 새롭게 거듭나는 눈길로 차근차근 되읽고 싶기도 했다. 휘리릭 다 읽어낸 뒤 또 읽고 다시 읽어도 되지만, 벌써 스무 해도 더 앞서 숨을 거둔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 님이 열일곱 권에 이르는 만화책을 세 해 즈음 걸쳐 찬찬히 그려서 선보인다는 생각을 했고, 책상맡에 이 만화책을 오래도록 두고 지켜보면서 자꾸자꾸 이야기를 되돌아보았다. 어느 책인들 섣불리 짚거나 따질 수 있겠느냐만, 만화책 《불새》는 더더욱 섣불리 읽거나 말할 수 없다고 느꼈다. 데즈카 오사무 님 마지막 삶과 《불새》 이야기를 보여주는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4 : 1977∼1989》 또한 기나긴 땀방울과 눈물과 웃음으로 그린 책이 되리라 느낀다. 떠난 사람과 살아가는 사람이 이렇게 책 하나로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대목이 더할 나위 없이 놀라우며 사랑스럽다. 4346.11.13.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