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이 아이들은
사진만 바라보면 나이도 때도 자리도 그대로이다. 사진을 찍은 날짜를 헤아리면,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나이를 먹고, 사진에 찍힌 자리는 달라진다. 2001년에 찍은 사진에 나오는 아이들을 가만히 떠올린다. 그무렵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서 자전거 타며 놀던 아이들은 오늘 몇 살이 되었으려나. 2005년에 책을 깔고 앉은 채 그림책 보던 아이들은 오늘 몇 살이 되었으려나. 2008년에 어머니 손을 잡고 헌책방골목 마실을 다니던 아이는 오늘 몇 살이 되었으려나.
어느 아이는 스무 살 가까이 되었을 수 있고, 너덧 살에서 열 살 넘은 아이가 있으리라. 앞으로 한 해 두 해 더 흐르면 이 아이들 나이는 더 늘 테지.
우리 집 아이들 찍은 사진을 들여다볼 적에도 이 아이들이 날마다 새롭게 자라는구나 하고 느낀다. 다른 집 아이들이 내 사진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마주할 적에도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사랑빛 키우면서 새로운 삶 일굴까 하고 헤아려 보곤 한다.
아름다운 삶을 누리기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사진에 담는다고 느낀다.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이기에 아름다운 빛을 사진에 싣는다고 느낀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모두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삶자리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흐른다고 느낀다.
빛으로 빛을 찍는 사진이지만, 이 빛에는 푸른 내음과 싱그러운 바람과 고운 노래가 함께 깃든다. 내 사진으로 들어온 아이들을 앞으로 다시 한 번, 두 번, 세 번 새롭게 만나고 싶다. 4346.11.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