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믿는 마음

 


  나무를 믿고 나무를 심어요. 이 나무 한 그루 이곳에서 잘 뿌리를 내려 아름드리 우람한 그늘과 바람과 숨결 나누어 주리라 믿고 나무를 심어요. 어린나무를 얻어 심기도 하고, 씨앗을 심기도 해요. 이 나무들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먹으면서 줄기가 굵고 가지가 단단하리라 믿어요.


  사람은 누구라도 나무가 있어야 살아가요. 나무가 없는 데에서는 사람이 살아가지 못해요. 온통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북극이라지만, 북극에도 봄이 찾아오면 푸르게 빛나는 들판이 있어요. 이와 달리 남극에는 나무도 풀도 없어, 사람도 다른 짐승도 살아가지 못해요. 나무도 풀도 없는 가없는 모래벌에 누가 살 수 있을까요. 모래벌에 누가 산다면, 어딘가에 나무와 풀이 있기 때문이에요. 나무도 풀도 없다면 아무것도 살지 못해요.


  새로 만든 에어컨이 있더라도 나무그늘처럼 시원하지 않아요. 첫손 꼽는 식품공장이 있더라도 나무열매처럼 달콤하지 않아요. 사람이 짓는 어떤 집도 나무처럼 오래도록 푸르게 살아가지 못해요. 사람이 세우는 어떤 문명도 나무가 살아온 나날에 대면 덧없어요. 사람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내거나 문화를 밝히려 한다면, 나무가 있어 연필과 종이를 얻어야 해요.


  나무 없는 삶이란 죽은 삶이에요. 나무 잊는 삶이란 사랑 없는 삶이에요. 나무와 등돌린 삶이란 평화와 등돌린 삶이에요. 나무와 멀리하는 삶이란 죽음으로 나아가는 삶이에요.


  먼먼 옛날부터 아무리 조그마한 집을 지어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집 안쪽 쬐꼬만 마당에 나무 한 그루 있어요.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깊은 숲이나 멧골에 깃들어, 온통 아름드리로 우거진 나무한테 둘러싸인 채 살았어요. 곁에 나무를 두어 보살핌을 받는 사람은 아프거나 힘든 일이 없어요. 곁에 나무를 안 두고 기와집이나 궁월 으리으리하게 짓는 사람은 늘 아프거나 힘들어요. 나무와 멀리하는 사람은 전쟁과 싸움과 정쟁과 술수로 얼룩져요. 나무와 가까이하는 사람은 노래와 꿈과 사랑과 이야기로 활짝 웃어요.


  아파트를 장만하지 말고 나무 심어 돌볼 수 있는 집을 장만해요. 아이들과 언제나 나무를 바라보고 쓰다듬으면서 살아갈 만한 집을 얻어요. 나무가 흙에 뿌리를 내려 햇볕을 쬐고 바람과 빗물을 마실 때에 튼튼하게 자라듯, 사람도 흙땅에 발을 대고 햇볕을 쬐고 바람과 빗물을 마실 적에 튼튼하게 살아가요.


  나무를 믿고 나무와 함께 살아요.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와 함께 이웃이랑 어깨동무해요. 나무를 아끼고 나무 같은 마음 되어 이 지구별에 꿈씨앗 심어요. 4346.11.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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