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67. 2013.11.9.ㄴ

 


  손을 뻗어 책을 쥔다. 손을 놀려 책종이를 만진다. 손으로 책을 쓰다듬고, 손으로 책을 들어서 가슴에 안는다. 이 손은 밥을 먹는 손이고, 흙을 만지는 손이다. 이 손으로 얼굴을 씻고 빨래를 한다. 이 손으로 호미를 쥐고 삽을 쥔다. 이 손으로 풀을 뜯고 나무를 얼싸안는다. 삶을 하나하나 이루고 엮는 이야기가 손에서 비롯한다. 손으로 쓴 글을 손으로 엮고, 손으로 빚은 책을 손으로 읽는다. 책을 읽는 손은 책을 쓰고 엮은 사람들 손을 느낀다. 책방에서 책을 손질하고 다루는 사람들 손길도 책종이를 만지면서 살포시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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