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콩 책읽기
들콩은 누가 심거나 뿌리지 않아도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린다. 들콩은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들콩은 들쥐도 먹고 들새도 먹는다. 들콩은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톡톡 끊어서 먹기도 한다. 우리가 먹는 콩은 모두 맨 처음에는 들콩이었겠지. 조그마한 알이 맺혔겠지. 이 콩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차츰 굵은 알로 달라졌을 테고, 이제 사람들은 들콩내음을 잊고는 유전자를 함부로 건드려 ‘유전자 바꾼 콩’을 먹는다.
콩을 먹으며 콩알이 뿌리내린 흙맛을 함께 누릴 때에 즐거울 텐데. 콩밥을 지으며 콩알이 올린 줄기를 함께 헤아린다면 더없이 기쁠 텐데. 콩나물이나 두부를 먹더라도 콩알이 맺은 조그마한 콩꽃을 떠올리고, 콩꽃이 지며 콩꼬투리에 송알송알 어우러지는 열매를 읽으면, 우리 삶에 고운 풀내음이 살풋 실릴 수 있을 텐데. 4346.11.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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