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일어나서 쌀 헹구기

 


  밤에는 으레 두 차례쯤 깬다. 두 아이가 세 살 여섯 살, 이렇게 대견스레 자랐으니 밤에 두 차례만 깨도 된다. 두 차례 가운데 한 번은 큰아이 밤오줌 눌 적, 다른 한 차례는 작은아이 밤오줌 눌 적, 이렇다. 이렇게 두 아이 쉬를 누이고 나면 나도 마당으로 내려와서 밤별을 바라보며 쉬를 눈다. 그러고 나서, 코막힘을 풀려고 코에 물을 넣고 킁킁 푸는데, 이렇게 코에 물을 넣고 킁킁 풀다가 문득 부엌을 돌아본다. 어젯밤에 잠들며 뭐 잊은 일 없는가 살핀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 말끔히 마친 뒤에도 가끔 잊곤 하는데, 우리 집 밥은 누런쌀과 여러 곡식이 많아 미리 헹구어 오래 불려야 한다. 때때로 저녁을 먹고 잠들기까지 이튿날 아침에 먹을 쌀을 안 불린다. 어젯밤에도 아차 싶어 부랴부랴 쌀을 씻어서 불려 놓는다. 쌀을 씻어서 가스불 자리에 올려놓으며 한숨을 돌린다. 이제 아침이 와도 걱정할 일은 없지?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서 새 아침 새 국은 무엇으로 끓일까를 생각하면 된다. 늦가을이라 뜯어먹을 풀은 모두 사라졌지만, 아직 까마중이 까맣게 익으며 우리 밥상을 빛낸다. 아침을 기다리며 다시 아이들 품으로 끼어들어 눈을 감는다. 4346.11.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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