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 3
옆지기가 공부하는 방으로 쓰는 끝방을 치우다가, 2011년 가을에 이곳 고흥 시골집으로 들어온 뒤 아직 끈을 끌르지 않은 상자가 나왔다. 상자 겉에는 ‘은경 장난감’이라면서 옆지기 이름을 적었다. 무엇을 담았더라. 옆지기가 상자를 끌른다. 안에서 플라스틱 소꿉놀이 장난감이 쏟아진다. 옆지기는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이라 치우려 했고, 나는 큰아이가 잔뜩 어지르기만 해서 치우려 했던 장난감이다. 이제 이 장난감이 여러 해만에 아이들 품에 안긴다. 아이들은 방바닥이며 마룻바닥이며 잔뜩 늘어놓고 논다. 발 디딜 자리가 사라진다. 어젯밤에도 잔뜩 늘어놓고는 잠이 들었으니, 방바닥에는 아직 이 플라스틱 소꿉놀이 장난감이 고스란히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곰곰이 생각한다. 나도 어릴 적에 ‘나한테 사랑스러운 장난감’을 방바닥에 잔뜩 펼쳐서 놀기를 즐기지 않았는가. 비록 플라스틱덩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두 아이가 입에 물 일은 없으니, 그래도 아이들이 플라스틱을 만지도록 하는 일이 달갑지는 않지만, 한동안 늘어놓으며 갖고 놀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리도록 놀고 나서 슬쩍 다시 상자에 담아 치우면 되지. 4346.11.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