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63. 2013.10.7.ㄴ
시험공부 아닌 책읽기를 처음으로 살가이 누리던 때를 떠올린다. 처음에는 내 마음 살찌우는 책만 있으면 즐겁다고 여겼다. 반지하나 지하에 있는 조그마한 방 한 칸이든, 한여름과 한겨울에 덥고 추운 옥탑집이든, 도시 한복판 매캐한 배기가스 춤추는 다세대주택이든, 골목동네 한켠 자그마한 집이든, 어디에서든 책만 있으면 다른 자잘한 것들 잊은 채 아름다운 날갯짓 펼 수 있으리라 느꼈다. 그런데, 시골에 보금자리 마련해 풀바람과 흙내음과 꽃노래와 나무빛을 누리고 보니, 책만으로도 얼마든지 내 마음은 홀가분하지만, 마음이 홀가분하기만 해서는 책을 더 넓게 누리지 못하겠구나 하고 깨닫는다. 마음과 함께 몸이 튼튼해야 아름답다. 마음을 살찌우듯 몸을 가꿀 수 있어야 사랑스럽다. 풀벌레와 멧새와 개구리가 올망졸망 노래하고 보드라운 바람 푸르게 부는 데에 집과 도서관을 꾸려 아이들과 살아갈 적에, 비로소 온누리 해맑은 책이 가슴으로 깊고 넓게 스며드는구나 하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