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72] 꽃

 


  꽃은 더없이 예쁘고,
  사람은 가없이 착하며,
  별은 그지없이 빛납니다.

 


  공무원이 돈을 들여 도시 한복판이나 시골 읍내에 갖다 놓는 서양꽃도 예쁩니다. 비록 씨앗이 아닌 돈으로 심는 꽃이라 하더라도, 이 나라 철과 삶과 날씨하고는 안 어울리는 서양꽃이라 하더라도, 예쁘지 않은 꽃은 없습니다. 바보스러운 정치에 매달리거나 어리석은 이름값에 끄달리거나 뜻없는 지식조각에 얽매이는 사람이 많지만, 어떤 사람이든 사랑을 받아 태어나 사랑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비록 사람다운 모습을 자꾸 잃는 슬픈 오늘날이라 하지만, 착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매캐한 배기가스와 끝없이 태우는 석유와 그치지 않는 전쟁놀이 때문에 지구별은 푸른 빛을 차츰 잃지만, 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초롱초롱 빛납니다. 비록 아름다운 길하고 동떨어진다 하더라도, 아직 지구별도 다른 뭇별처럼 새까만 우주를 밝히는 사랑스러운 빛을 건사해요. 꽃은 더없이 예쁘고, 꽃을 바라보는 사람도 예쁜 눈길 됩니다. 사람은 가없이 착하며, 착한 사람과 어깨동무하는 사람도 착한 삶 됩니다. 별은 그지없이 빛나며, 우주를 이루는 모든 별은 저마다 사랑스레 빛납니다. 4346.1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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