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73] 어린이 표

 


  시골 읍내에서 버스표를 끊으며 ‘어른 표’ 하나와 ‘어린이 표’ 하나, 이렇게 달라고 말합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세 살이고 큰아이는 아직 여섯 살이라 ‘어린이 표’를 따로 안 끊어도 되지만, 시외버스에 때때로 자리가 꽉 찰 날이 있기에 두 장을 끊습니다. 옆지기까지 네 식구 나들이를 하면 어른 표 둘하고 어린이 표 둘을 끊습니다. 버스표를 끊거나 기차표를 끊을 때 살피면 ‘어린이 표’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초등학생 표’만 있어요. 그러나 모든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지 않고 가야 하지 않아요. 모든 푸름이가 중·고등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아 ‘푸름이 표(청소년 표)’라는 이름을 써야 올바르듯, 아이들도 ‘어린이 표’라는 이름을 쓰고, 어른은 ‘어른 표’라는 이름을 써야 알맞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끊는 표도 ‘어른 표’ 아닌 ‘성인 표’예요. 우리들은 이 나라에서 언제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름인 ‘어른·푸름이·어린이’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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