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3.11.1.
 : 혼자 달린 자전거

 


- 아이들이 아침부터 낮까지 말을 안 듣는다는 핑계를 대고는 샛자전거를 내 자전거에서 뗀다. 아버지가 저희를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갈 줄 여기던 아이들 얼굴에 아쉬운 빛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샛자전거를 뗀 뒤 수레를 내 자전거에 붙인다. 우체국에 가져가서 부쳐야 할 커다란 상자를 싣는다. 큰 상자를 싣고 보니 작은아이 탈 자리도 없다. 그러나,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귀엽게 바라보면서 ‘말을 안 듣는다’가 아니라, 조금 더 놀고 싶다든지, 밥을 먹다가도 살짝 놀고픈 아이들 마음을 찬찬히 읽는다면, 이렇게 아버지 혼자 토라져서 자전거를 타고 나갈 일은 없겠지.

 

- 면소재지 우체국에 들러 커다란 상자를 소포로 부친다. 책 몇 권을 함께 부친다. 그러고서 면소재지 가게에 들른다. 아이들 달랠 과자를 몇 점 살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둔다. 나중에 아이들 데리고 마실을 나오면 그때에 사자고 생각한다.

 

-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들이 웃는 낯으로 아버지를 반긴다. 그래, 아이들은 늘 웃는 낯인데, 왜 아버지는 웃는 낯이 아닐까. 작은 일 하나를 괜히 스스로 부풀려서 토라지는 모습 아닌가. 그래도 오늘은 혼자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를 다녀오면서 땀을 후줄근히 빼면서 마음을 달랜다. 아이들아, 네 아버지를 귀엽게 봐주렴. 오늘 혼자 자전거를 달려 보니 아버지도 재미없더라. 아무래도 너희들 샛자전거와 수레에 태우고 함께 천천히 달려야 재미나더라. 밥 따숩게 지어서 차리면, 따스할 때에 맛나게 먹자. 밥그릇 싹싹 비우고 함께 자전거마실 다니자.

 

- 큰아이가 제 자전거 짐받이에 앉아서 타는 놀이를 한다. 재미있지? 네 아버지도 어릴 적에 너처럼 짐받이에 앉아 자전거 타는 놀이를 곧잘 했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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