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72] 하얀김치
꽃이 하얗게 핍니다. 하얀 꽃송이가 어여쁩니다. ‘하얀꽃’이며 ‘흰꽃’입니다. 밤하늘이 까맣습니다. 까만 빛 사이사이 반짝이는 별을 봅니다. 밤에 바라보는 별이기에 밤별이요, 밤하늘 빛은 까맣기에 ‘까만하늘’입니다. 마음을 다스립니다. 마음속이 하얗디하얗게 다스립니다. 하얗게 빛나는 마음이라면 티끌이나 먼지나 얼룩이 없는 마음빛입니다. 이러한 마음은 ‘하얀마음’이 될 테지요. 이와 달리 하얗지 못한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까만마음’일까요. 너른 들판과 싱그러운 숲과 같은 마음이 되고 싶다면 ‘푸른마음’을 꿈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깊은 바다와 넓은 하늘과 같은 마음이 되겠다고 하면 ‘파란마음’을 꿈꾼다고 할 만합니다. 고춧가루 듬뿍 넣어 빨갛게 물드는 ‘빨간김치’를 먹습니다. 소금으로만 절여 하얗게 맑은 ‘하얀김치’를 먹습니다. 겨를 살짝 벗겨 씨눈이 곱게 있는 ‘누런쌀’을 먹고, 씨눈까지 벗겨 누런 빛 사라지는 마알간 ‘흰쌀’을 먹습니다. 4346.1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