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읽는 책
나무를 생각하고 품에 안을 수 있으면 삶이 새롭고 아름답게 열리리라 느껴요. 먼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나무를 얻어 집을 짓고, 불을 때며, 나무가 베푸는 푸른 숨결을 마셨어요. 나무로 배를 뭇고, 나무로 다리를 놓아요. 나무로 밥상을 짜고, 나무로 그릇을 깎아요. 시렁도 옷장도 걸상도 모두 나무예요.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집을 나무로 안 지어요. 나무로 불을 때지 않고, 나무보다는 공기청정기를 쓰려 하고, 아파트에서는 나무에 끔찍하게 농약을 뿌려대요. 나무로 뭇지 않은 배를 타는 오늘날이고, 나무로는 다리를 놓지 않으며, 나무로 짜지 않은 밥상과 그릇을 써요. 시렁도 옷장도 걸상도 나무 아닌 것으로 만들어요.
사람들 스스로 나무와 동떨어지면서 새롭거나 아름다운 삶과 자꾸 멀어지는구나 싶어요. 사람들 스스로 나무를 잊으면서 사랑스럽거나 착한 생각하고 그예 등지는구나 싶어요. 사람들 스스로 나무와 어깨동무하지 못하면서 책을 책답게 읽는 길하고 엇나가는구나 싶어요. 4346.1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