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불새》
데즈카 오사무 님이 빚은 만화책 가운데 하나인 《불새》는 모두 열일곱 권이다. 이 가운데 열여섯 권이 한 갈래 흐름으로 잇닿는 이야기이고, 마지막 열일곱째 권은 뒷이야기(외전)이다. 이 만화책 《불새》를 놓고, 지난 2011년 8월 28일에 첫째 권 느낌글을 썼다. 오늘 2013년 11월 1일에 열여섯째 권 느낌글을 쓴다. 이리하여 《불새》 이야기 느낌글은 다 끝난다. 뒷이야기 느낌글을 붙이면 그야말로 ‘《불새》 읽기’를 훌훌 털 수 있다.
열일곱 권짜리 만화책이란 하루아침에도 읽어낼 만하다. 그렇지만 굳이 두 해 남짓 걸쳐 차근차근 읽어낸다. 읽기로는 진작에 다 읽었으나 거듭 읽고 다시 새기면서 두 해 남짓 걸쳐 하나둘 느낌글로 갈무리한다. 어느 책이든 그러하지 않겠느냐만,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한 해를 가만히 누리면서 읽고 삭힐 때에 제대로 마음속으로 스민다고 느낀다. 책 한 권은 몇 시간이면 뚝딱 읽어치운다고 하겠지만, ‘읽어치우기’ 아닌 ‘읽기’가 되자면, 한 해 내내 마음속에 담아서 곱씹고 되씹어야지 싶다.
삶읽기란 하루아침에 이루지 못한다. 동무와 이웃과 옆지기와 아이들과 누리는 삶은 하루아침에 읽지 못한다. 오늘과 모레가 다르고, 글피와 어제가 다르다.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다르다. 다 다른 때를 다 다른 빛으로 돌아본다. 《불새》 첫째 권부터 열여섯째 권에 이르는 사이, 어느덧 내 마음속에도 불새 하나 깃들면서 활활 타올라 사랑이 되었겠지. 4346.1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