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리는 마음

 


  버스를 타면, 내내 덜덜 떨리고 바퀴와 엔진 소리 달달달 들어야 합니다. 귀가 멍하고 골이 띵합니다. 버스가 빨리 달리는 만큼 숲내음과 숲노래와 숲빛 모두 잊거나 잃어야 합니다. 시골집 떠나 면소재지나 읍내나 시내로 볼일 보러 나오면, 버스나 기차에서 내려 걷더라도, 골목까지 파고들어 싱싱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넘칩니다. 눈과 귀와 골이 모두 아파요.


  그런데 나는 이런 데에서 스물여덟 해를 보냈습니다. 도시를 벗어나 넉 해 반을 살았으나 다시 도시로 돌아와 세 해 반을 살았어요. 이러구러 스물아홉 해째 되던 어느 날 비로소 자동차 없는 시골마을 작은 집에서 풀노래와 풀바람과 풀내음과 풀빛을 만났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아침에도 자동차 지나가거나 흐르는 소리하고 동떨어진 멧골집에서 새로운 빛과 소리와 냄새와 무늬를 처음 만났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목숨들인가 돌아봅니다. 우리 넋 살찌우고, 우리 얼 북돋우는 길을 저마다 어떻게 걸어가는가 헤아립니다. 우리 아이는 우리 어른한테서 무엇을 보거나 물려받는가요. 앞으로 우리 어른과 아이는 어떤 꿈과 사랑을 누리며 살아가고 싶은가요.


  버스에서 내릴 때로구나 생각합니다. 버스는 그만 달리게 할 때로구나 싶습니다. 사랑할 삶을 사랑하고, 꿈꿀 길을 꿈꿀 때로구나 생각합니다. 어깨동무할 이웃을 사귀고, 손을 맞잡으며 삶 함께 일굴 옆지기를 아껴야 할 때로구나 싶습니다. 4346.10.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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