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마른 옷가지 개기

 


  충청남도 서천군에 있는 서천여고에 우리 말글 이야기를 들려주러 마실을 가는 새벽이다. 두 아이를 옆에 끼고 새근새근 재우다가 나 또한 스르르 곯아떨어지는데, 밤 세 시에 눈을 뜬다. 엊저녁에 미리 챙긴 짐을 살피고 글을 몇 가지 쓴다. 엊저녁에 씻어서 불린 쌀을 살핀다. 물갈이를 한다. 새벽 네 시에 머리를 감으며 빨래 몇 점 한다. 묵은 빨래가 없도록 한다. 내 머리를 말리는 천은 시골집으로 돌아와서 빨자고 생각하며 헹굼물에 담가 놓는다. 새로 빨래를 한 옷가지를 옷걸이에 꿰어 넌다. 잘 마른 옷가지를 걷는다. 아침 일곱 시 오 분에 첫 군내버스가 마을 앞으로 지나가니, 그때까지 집일 마무리지어야 한다. 새벽 여섯 시 사십 분부터 옷가지를 갠다. 아이들이 아직 달게 자니, 갠 옷가지를 옷장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여섯 시 오십팔 분에 큰아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어제 아버지가 멀리 일하러 간다는 얘기를 듣더니 일찌감치 깨는구나. “아버지 어디 가요? 가게요?” “응, 잘 다녀올게.” 큰아이가 두 팔을 벌린다. 살포시 안는다. 가방을 하나둘 멘다. 앞가방 둘 등가방 하나를 멘다. 또 팔을 벌리는 큰아이를 안아 번쩍 든다. 이제 사진기를 목에 걸고 섬돌로 내려서려는데 작은아이가 부시시 일어난다. 작은아이도 누나 말씨를 흉내내며 아직 안 뜨이는 눈으로 “가게요?” 하고 묻는다. “응, 잘 다녀올게. 자 쉬 해. 벼리야, 동생 쉬 하도록 도와줘.” “알았어요. 자, 보라야, 쉬 하자, 쉬.” 손을 흔든다. 대문을 열고 집을 나선다. 바지런히 달려 마을 어귀 버스 타는 곳으로 간다. 4346.10.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