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소리를 듣는 사진

 


  빛을 보아야 사진을 찍습니다. 그런데, 빛을 본다고 하면 눈으로만 보는 빛이 아닌, 마음으로 함께 보는 빛입니다. 곧, ‘빛을 느껴야 사진을 찍는다’고 말해야 한결 알맞습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보며, 가슴 깊이 느끼도록 보면서 찍는 사진입니다. 그래서 두 눈을 쓸 수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사진을 찍습니다. ‘빛보기’는 눈으로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살결로도, 손가락으로도, 팔과 다리로도 빛보기를 할 수 있습니다.


  소리를 들어야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소리를 들으며 사진 찍는 길을 느끼는 사람은 아직 얼마 안 됩니다. 소리와 사진이 얼마나 가까이 이어지는가를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습니다. 잘 살펴보면, 우리 마음을 촉촉히 적시고, 우리 가슴을 뜨겁게 움직이는 사진은 ‘빛보기’와 ‘소리듣기’가 아름답게 어우러집니다. 빛만 담는 사진은 없습니다. 소리가 함께 깃드는 사진입니다.


  깊은 밤 어두운 빛에 깊은 밤 고즈넉한 소리가 사진으로 스밉니다. 넓고 파란 바다 물결치는 그윽한 빛에 넓고 파란 바다 시원스러운 물결소리 함께 사진으로 젖어듭니다. 한국땅 제주섬에서 오름을 찍은 김영갑 님 사진을 보셔요. 얼마나 해맑은 빛과 얼마나 시원스러운 소리가 퍼지는가요. 한국땅 서울 골목동네에서 아이들과 어른들과 개를 찍은 김기찬 님 사진을 보셔요. 얼마나 고운 무지개빛과 얼마나 따사로운 웃음소리가 번지는가요.


  사진 한 장에서 빛을 읽습니다. 사진 한 장에서 노래를 듣습니다. 빛은 따사로운 사랑입니다. 소리는 고운 노래와 같은 꿈입니다.


  사진을 읽을 적에 빛과 소리를 함께 살펴요. 사진을 찍을 적에 빛과 소리를 같이 담아요. 4346.10.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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