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떨기
셈틀을 놓은 방에 책과 장난감이 그득 넘치며 벽이 모두 사라진다. 빈 벽을 넉넉하게 누리고 싶은 옆지기 바람을 들어 주려고 하나씩 치우기로 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셈틀 자리를 바꾸고 책꽂이 하나를 옮기면서 서재도서관으로 옮길 것들을 솎는다. 셈틀을 들어내며 작은 책상이자 밥상을 닦아 마당에 말리고, 셈틀도 오랜만에 청소하자며 뜯는데, 안에 먼지가 한 웅큼 두 웅큼 아주 많다. 이렇게나 먼지가 많았나. 옆뚜껑 열고 가끔 청소하기는 했지만 앞뚜껑 열어 이곳도 청소해야 하는 줄 생각하지 못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먼지가 이 셈틀에 깃들며 매캐했을까. 먼지를 떨고 닦은 뒤 셈틀을 한나절 마당에 널어 말린다. 잘 말린 녀석을 방으로 들여 자리를 새로 잡는다. 앞으로 셈틀 청소를 얼마에 한 번쯤 해 주어야 하는가를 가늠해 본다. 4346.10.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