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69] 어머니 되기

 


  어머니로 태어난 사람은 없고,
  나무로 태어난 씨앗도 없지만,
  깊고 너른 사랑 안고 태어난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처음부터 어머니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 함께 보살피는 아버지도 처음부터 아버지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모두 갓난쟁이로 태어나 어린 나날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랍니다. 사랑을 안고 태어나 사랑을 먹으며 자라기에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됩니다. 처음부터 장미꽃이나 유채꽃이나 감나무나 배나무로 태어나는 씨앗은 없습니다. 모두 씨앗으로 맺어서 흙땅에 떨어질 뿐입니다. 조그마한 씨앗들은 긴 나날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머금으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가슴속에 깃든 너른 꿈이 포근한 사랑 받으며 차츰 자라 비로소 나무 한 그루로 우뚝 섭니다. 어머니도 나무도, 날마다 차근차근 배우고 살피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나날 이으면서 어느새 아름답게 아이와 살아가는 어머니와 나무로서 씩씩하게 웃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4346.10.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