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을 이야기한다

 


  헌책방을 찾아가서 아름다운 책 찾아내어 즐겁게 웃는 사람 많으나, 막상 헌책방을 이야기하며 즐겁게 웃는 사람 드물다. 헌책방 나들이를 즐기면서 사랑스러운 책 기쁘게 길어올리는 사람 많으나, 정작 헌책방을 노래하며 널리 알리는 사람 드물다. 헌책방에서 아주 값진 책을 아주 눅은 값으로 오래도록 장만할 수 있었으면서 고작 한두 번 조금 센 값을, 그래 봐야 새책 한 권 값조차 안 되는 조금 센 값을 치렀다면서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뜻밖에 참으로 많다.


  헌책방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왜 헌책방을 깎아내리려 할까. 아름다운 헌책방을 널리 알리는 이야기는 왜 하지 못할까.


  곰곰이 생각하면, 온 나라 조그마한 마을책방(동네책방)이 하나둘 문을 닫다가 수천 군데 와르르 무너지는 일이 닥쳤을 적에도 ‘마을책방 마실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하거나 노래하거나 밝힌 사람이 몹시 드물었다. 작가도 학자도 모두 서울에 있는 큰 책방으로만 책마실을 다녔을까. 작가도 학자도 모두 이녁 보금자리 있는 조그마한 마을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책방을 사랑하지 못했을까.


  나는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내 삶에 빛이 되는 아름다운 책을 한가득 베풀어 준 고마운 책터인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내가 걷는 이 길이 참으로 사랑스럽다고 깨우쳐 준 반가운 책빛 보여준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우리 곁에 언제나 아름다운 책터로서 조용히 숨죽이며 기다리는 빛을 함께 나누자는 마음으로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이 아름다운 책터에서 저마다 마음밭 살찌우는 씨앗 뿌리도록 도와주는 책빛 한 줄기 누리자는 생각으로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되도록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너무 멀다면 버스나 기차를 타고, 천천히 책빛마실 누리자는 뜻으로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종이책도 책이고, 두 다리로 천천히 골목을 걸어 찾아가는 마실길도 책이다. 하늘빛도 책이요, 푸르게 부는 바람도 책이다. 아이들 웃음과 놀이도 책이며, 손수 지어 식구들과 나누어 먹는 밥도 책이다. 삶이 모두 책이요, 삶이 고스란히 책이다. 삶을 밝히는 아름다운 빛이 책 하나에 스민다. 삶을 노래하는 사랑스러운 꿈이 책 하나에 감돈다. 책을 읽으며 삶을 읽는다. 책을 쓰며 사랑을 쓴다. 책을 나누며 꿈을 나눈다. 4346.10.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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