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에 책이 있어
저기에 책이 있어 눈을 끈다. 수많은 책이 골고루 쌓이거나 꽂히는데, 이 가운데 한 가지 책이 눈을 끈다. 저기에 책이 있기에 저곳으로 간다. 저곳은 가까울 수 있고 멀 수 있다. 걸어서 곧 찾아갈 만할 수 있고,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고 하루 꼬박 들여 찾아가야 할 수 있다.
눈을 끄는 책은 마음으로 들어오고 싶은 책이다. 이제껏 살아온 나날 돌아보면서 스스로 아름답게 거듭나는 길 찾도록 이끄는 책이다. 앞으로 살아갈 나날 되새기면서 스스로 씩씩하게 기운내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손을 뻗어 책을 집는다. 손을 펼쳐 책을 넘긴다. 손에 힘을 주어 책을 단단히 쥔다. 풀과 나무를 살찌우는 고운 흙을 만지듯이 책을 쓰다듬는다. 빗물을 먹고 바람을 마시며 햇볕을 쬐어 기름지는 흙을 일구듯이 책을 읽는다.
어떤 책을 읽을까? 즐거울 책을 읽지. 어떤 책을 장만해서 갖출까? 사랑스러울 책을 장만해서 갖추지. 어떤 책을 읽고 갖추어 아이들한테 물려줄까? 아름다울 책을 읽고 갖추어 아이들한테 물려주지. 즐겁게 꿈꾸고 사랑스레 살아가며 아름답게 읽는 책이 있으면 되지. 4346.10.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