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빛
책방마실을 하면서 조용히 책읽기에 사로잡히면, 책에 깃든 빛을 누릴 수 있어요. 책방마실을 하지 않더라도, 선물받은 책이거나 빌린 책을 가슴으로 따사로이 보듬으면서 천천히 펼쳐 빠져들면, 책에 서린 빛을 느낄 수 있어요.
책빛은 도시 한복판 전철길이나 버스길에서도 누려요. 책빛에 사로잡히면 제아무리 시끄러운 소리도 어수선한 모습도 내 눈과 귀 둘레에서 사라져요. 책빛은 시골 숲속에서도 느껴요. 책빛에 둘러싸이면 맑은 바람과 냇물과 새소리가 온통 내 몸으로 스며들어요.
책빛이란 삶빛입니다. 삶을 아름답게 누리는 빛이 삶빛인데, 책빛이란 책을 아름답게 누리는 빛입니다. 삶을 아름답게 누리고 싶어 아름다운 책 하나 만나서 찬찬히 읽듯, 삶을 아름답게 밝히고 싶어 아름다운 책 하나 읽으면서 생각과 마음을 북돋웁니다.
가까운 동네책방으로 가요. 조그마한 책꽂이 앞에 조용히 쪼그려앉아요. 나를 부르는 빛소리가 어디에 있는지 천천히 살펴요. 책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지면서, 숲에서 찾아온 푸른 숨결이 우리 가슴을 톡톡 건드리는 이야기를 읽어요. 4346.10.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