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거듭나는 글쓰기
날마다 글을 새로 쓴다. 날마다 새로운 삶을 맞아들이면서 새로운 마음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삶을 맞아들이지 못하거나 새로운 마음이 되지 못한다면 글을 새롭게 쓸 수 없다.
날마다 밥을 새로 짓는다. 날마다 새로운 아침과 저녁을 맞아들이면서 새로운 몸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침과 저녁을 누리지 못하거나 새로운 몸이 되지 못한다면 밥을 새로 지어서 먹을 수 없다.
배를 채우려고 먹는 밥이 아니라, 몸을 살찌우면서 하루를 아름답게 누리고 싶어서 먹는 밥이다. 이냥저냥 숫자를 채우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 마음을 북돋우면서 하루를 사랑스럽게 밝히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예전에 쓴 어느 글이 참 좋다고 여기는 누군가 예전 글 하나를 달라고 한다면, 나는 예전 그 글을 주지 않는다. 새롭게 글을 하나 써서 주고 싶다. 예전에 찍은 어느 사진이 참 좋다고 말하는 누군가 예전 사진 하나를 달라고 한다면, 나는 예전 그 사진을 주지 않는다. 새롭게 사진을 하나 찍어서 주고 싶다. 날마다 새롭게 살아가는 사람이요, 언제나 차근차근 거듭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예전 글이나 사진을 다시 쓸 수 있겠지. 그렇지만, 예전 글이나 사진에서 한 걸음 나아간 새로운 글이나 사진을 길어올리면서 삶을 빛낼 수 있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예전 글이랑 사진을 붙잡기보다 새로운 글과 사진을 일구려고 날마다 새롭게 땀을 흘리고 활짝 웃는 나날이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글을 쓰는 사람은 늘 새롭게 글을 쓰는 사람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늘 새롭게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늘 새롭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 예전과 똑같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밥을 짓건 빨래를 하건 비질과 걸레질을 하건 날마다 새롭다. 4346.10.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