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민들레 잎사귀

 


  봄 아닌 가을에 새로 돋은 민들레를 만난다. 잎사귀 널찍하게 퍼뜨린 짙푸른 모습을 바라본다. 가을민들레 만나면서 ‘얼마나 맛날까?’ 하고 생각하며 군침을 흘린다. 며칠 더 지켜보고 나서 즐겁게 톡톡 뜯는다. 가을민들레도 새 잎사귀를 더 낼 수 있을까. 우리 집 대문 앞에도, 마을 고샅에도 가을민들레 잎사귀를 내민다. 가을날 싱그러운 들풀 먹기가 쉽지 않은데, 아주 고맙게 민들레가 선물을 베풀어 준다. 풀밭이나 고샅을 찬찬히 살피면, 민들레뿐 아니라 씀바귀도 새삼스레 잎사귀 내놓으면서 짙푸른 내음을 퍼뜨린다.


  그런데, 마을 고샅길 가을민들레는 꽃대를 미처 올리지 못하고서 시멘트를 뒤집어쓴다. 깊은 두멧시골에까지 주암댐 수돗물 마시게 해 준다는 ‘문화복지 정책’에 따라 커다란 물관 파묻는 공사를 벌인다. 가을민들레도, 가을민들레 곁 가을유채도 가을씀바귀도 가을미나리도 모조리 시멘트를 뒤집어쓴다.


  앞으로 자동차 드나들기 한결 나아지겠지. 그리고, 자동차 드나들기 나아지는 만큼 들민들레도 들유채도 들씀바귀도 들미나리(돌미나리)도 모두모두 자취를 감추고 말 테지. 4346.10.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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